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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KARMA 비하인드

안녕하세요, 비비노스입니다.
이번 달에는 KARMA의 비하인드 콘텐츠를 준비했어요.
초기 기획부터 코멘터리까지 담아보았으니 각자의 템포로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ARMA 초기 기획

▲KARMA 초기 기획 당시 제작한 이미지 보드

가장 처음 생각했던 엔딩은 미지가 반란군들을 이끌며 그들의 선두에 서 인간들의 희망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등 뒤에서 반역군들이 미지를 엄호하며 죽어 나가고, 미지 또한 무대 한 가운데에서 끝까지 굽히지 않고 현아의 대의를 이어 받아 마침내 로켓을 날려 임무를 완성하는 엔딩이었지요.

당시에 나올 예정이었던 나레이션 대본

수아야,
세상은 우리가 얘기했던 것 보다
많이 어려웠어
(하늘에 손을 뻗는 아낙트 미지와 수아)

사람이라는 존재는
사람을 그렇게나 원하면서도

(틸을 바라보는 이반)

자그마한 칼날에도 움츠러들어
서로 상처입히고 말아
(혈흔 위 루카와 현아)

그래도…

땅 위에 섰을 때의 두 발의 감촉,
크게 숨을 내쉬었을 때에 느껴지는 무게감,

그리고..
스스로가 싫어지는 시간 마저
온전히 내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때,

무서우면서도 ..
기대감이 느껴져.

나는 이제 신을 믿지 않아.

나는.. 너를 지나쳐 나아갈거야

나의 클레마티스에서 수아를 신이라 불렀던 미지는 이제 과거의 집착과 허상인 신을 믿지 않고 눈 앞에 있는

인간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어 나간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야기는 계속 이런 통상적인 엔딩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영상을 한 편씩 진행해나가면서 저와 제작진들은 인물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애정하게 되었고, 이들의 고통과 행복을 생생하게 느끼며 이야기를 진행 시키다 보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지가 마지막에 부르는 희망의 노래에 루카와 미지만 구원 받는다면 죽은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들은 고통만 받다가 잊혀진 채 끝나버리는 걸까? 그건 너무 가엾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든 이후로는 도저히 원래 플롯의 미지와 가까워질 수 없었습니다.

현아는 본디 올곧은 품성과 큰 그릇을 갖고 탈출 이후로도 오랜시간 성숙해질 기회와 사랑의 경험이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인 미지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학대와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는데도 갑작스럽게 강한 인물이 된다는 것은 제작진들에게 납득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 상황 속에서 느낀 미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아는 본디 올곧은 품성과 큰 그릇을 지닌 인물이었고, 탈출 이후에도 오랜 기간 성숙해질 기회와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인 미지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학대와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한 인물이 된다는 것은 제작진들에게 납득 되지 않았습니다.

그 끝에 지금의 기획이 나온 것이지요.

‘올바른 환경에서 사랑과 보호를 받은 적 없는 인물이 죽어나가는 친구와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 봐야만 한다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문제를 외부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반복적인 상실을 겪으며 ‘어차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이 학습되고 모든 이유를 스스로부터 찾을 즈음, 차라리 통제감이 들어서 ‘내가 달라지면 언젠가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소한의 희망이 생겨버리거든요.

내가 잘못했다, 그래서 이런 벌을 받는다. 라고 믿으면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일종의 인과관계로 묶이기 때문에 아직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안심할 수 있어요.

저 또한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고요.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라 느낄 정도로 죄책감이 많이 쌓인 미지는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KARMA 최종 기획

아래는 프리 프로덕션(기획) 초반에 적었던 메모들입니다.

KARMA

높은 지능과 첨단 기술을 가진 세계인들도 인간의 '비이성적인 믿음, 자발적으로 신을 만들고 세계를 만들어 도망쳐 정신적으로 생존을 야기하는 행위', 돌연변이 같은 '신앙심'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인간 본성이 가진 리스크는 결국 커지고 커져 에일리언 스테이지의 재앙을 불러 일으킨다.

극의 흐름과 이미지 전환

극의 흐름
차갑고 기술적인 → 뜨겁고 본성적인

이미지 전환
기계처럼 통제된 이미지 → 인간의 본성이 폭발하는 이미지

수아의 죽음을 외면한 미지의 업보, 인간을 고통스럽게 착취하고 고통을 재미로 소비한 세계인들의 업보가 한 데 터지는 것을 이미지들의 전환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모든 업보가 순환되는 편인 KARMA 였습니다.

사랑과 고통에 대하여

‘나의 신, 나의 우주’라는 대사처럼 에일리언 스테이지에는 신앙심을 표현하는 요소가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사용한 이유는 ‘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따르지 않는 인간의 가장 비이성적이면서도 숭고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첨단 과학 기술과 높은 지식을 가진 세계인들도 끝까지 고전했던 것이 ‘신앙심’이었고, ‘신앙심’을 이용하여 인간들을 성공적으로 통제한 결과가 바로 에일리언 스테이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엔터테인먼트로서 이용하기엔 인간은 너무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였어요.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희생하면서도 이기적인 면모를 가진 그런 존재가 인간이었고, 에일리언 스테이지 내내 그런 관계성들이 강조됐죠.

에일리언 스테이지의 막바지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여러 인과들이 모이고 모이다 마침내 한데 터지며, 에일리언 스테이지의 주도권은 세계인에서 인간에게로 옮겨집니다.

미지 나레이션 장면에 관하여

주간 에이스테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미지와 현아의 가치관은 부딪혔습니다.

현아는 희생의 경중을 신중하게 보며 대의를 위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고, 미지는 즉각적인 복수를 원하며 과거를 만회하고자 했습니다.

현아는 이미 미지와 같은 상실의 고통에 있는 순간들을 경험한 적 있고, 그렇기에 그녀를 더 이끌어줌과 동시에 통제하려 합니다.

현아는 미지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사랑은 희생하고 용서하는 것.’, ‘나약함에도 희망은 믿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

하지만 미지는 그런 현아의 고결한 사랑을 보고 오히려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혐오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미지에게 현아는 의지하면서도 무너뜨리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끝끝내 현아가 죽었을 때 미지는 억눌렸던 자신의 잘못된 생각들로 현아를 비난합니다.

그녀의 빈틈을 찾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관철 시키려 합니다. 현아의 죽음이 당연시되는 현재 상황을 부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한 미지는 현아의 자유를 향한 열망 마저 부정해버립니다. ‘wiege’에서 현아가 말했던 것들의 의의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느낌으로 연출했습니다.

‘자유가 주어진다 한들 인간은 똑같이 외로웠을 거에요.’

만약 자유가 와도 정말 이 고통이 해결될까?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정말 행복하기만 할까?하는 물음에서 온 컷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아낙트 가든의 아이들

고통 속에서 서로를 신처럼 우상화 하고 의존하게 되는 ‘신앙심’.
미지가 수아를 자신의 신으로 여기는 관계, 이반이 틸에게 모든 사랑을 의미 부여해버리는 관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목숨을 다한 에일리언 스테이지에 선 인물들

다른 이들의 죽음 위에 살아남은 미지의 죄책감

열악하고 착취 당하는 환경 속에서 건강치 못하게 쌓인 관계들

‘사랑하면서도 착취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완전한 자유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의 선택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간섭하고 기대를 걸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어요.
인간은 혼자서는 완전히 살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인간은 외로워요. 아무리 곁에 있어도 완전히 이해 받을 수는 없고, 완전히 소유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외로움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고, 서로를 향한 결핍이 있기에 ‘사랑’이란 말이 성립됩니다.
사랑은 완벽한 자유의 반대에 있는 말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껴안는 말이니까요.
이것이 제가 에일리언 스테이지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틸의 생존에 관하여

현아야 말로 ‘주인공’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미지는 페이크 주인공이었고 실상 빌런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죠.


삭제된 나레이션에서는 ‘미지’의 행동에 대한 해석에 물음을 던집니다.

왜 강한 이는 약한 이를 짓밟으려 들고 올바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그 약한 이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있는가

하지만 미지의 마지막 생각과 결정은 올바르지 않은 것이 맞고, 많은 이들의 희생을 야기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녀가 되는 업보를 맞고, 잘못된 사랑의 순환을 끊게 되죠.

하지만 동시에 세계인들의 업보를 되돌려주고 공포심을 심어주며 인류의 경고장을 보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 원죄의 굴레는 어디서부터 왔으며 도무지 해답이 없는 이야기를 이 생명들이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제시될 때 가면을 쓴 틸이 등장합니다.
미지와 현아의 가치관은 다름 아닌 틸에 의해 공존하며 계승되게 됩니다.
현아의 정의와 미지의 연민은, 틸과 함께 희망을 꿈꾸고 전파하기 위해 무모한 길을 나서겠지요.

틸에게서 잠시 목소리를 뺏은 이유는 그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입니다.

틸은 어려서 부터 노래하는 것을 사랑했지만, 아낙트 가든에서는 외부적 요소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생존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예술과 노래로 모든 것을 표현하며 욕구를 해소하고 현실 감각이 무딘 경향이 있었죠.

그런 그는 아낙트 가든을 나서고 노래 할 필요 없이 생활하며 주변을 인식하고 새롭게 생긴 동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며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초기 자료

컨셉 스케치

취소된 초반 기획 중 하나, 아이들을 이끄는 마녀 미지입니다.

All-in 에서 미지는 현아를 따라 과거의 괴로움의 연쇄를 끊고 미래를 향하고자 합니다.
긴 머리칼이 짧게 잘리는 것이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그녀는 결국 죽은 아낙트 가든의 아이들을 놓지 못하여 다시 머리가 자라납니다.

‘KARMA’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틸의 내면의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한 컨셉 아트입니다.

저의 초기 이미지 보드입니다. 보통 팀원들에게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스케치하고 발표합니다.

‘수아의 괴로움을 보고 모른 척한 미지의 업보가 하늘에서 절망적인 형태로 내려오는 거야!’ 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이 고통으로 느껴지는 이중적인 순간을 표현한 장면입니다.
미래가 아닌 과거의 사념에 집착하게 된 미지는 다시 과거의 아낙트 아이들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매우 아프지만 그 속에서 편안함과 사랑을 느끼게 되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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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아 처음에 바뀌지 않은 스토리가 보이저 1,2호 였군요 얼마전에 빠져서 카르마 많이 돌려 봤는데 아 이런 장면 이였나 하고 깨닫는 것도 많네요

룡 공?

이렇게 멋진 만화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악

작가님...언제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저의 뮤즈가 되어주신...비비노스 규멩 감독님...작가님들의 패트리온에는 보물이 가득해요... 최종 영상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컨셉아트, 제작진분들의 코멘트 하나하나가 다 너무 귀중한 작품입니다... 내용을 읽다가도 패트리온에 있어 이 과정을 함께하는게 너무 영광이고 감히 말로 표현할수가 없어요... 작가님들께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하기에 팬 한명한명을 기억하고 챙겨주시는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늘 최고의 작품으로 팬 한명한명을 감동시켜주시니 그마저도 이건 작가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진심이 다 담기지 못하는거 같아요...그래서 늘 한발 늦게 댓글을 적는데 작가님들은 이마저도 팬 한명을 움직이게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 창작의 시작은 비비노스님께서 만들어주셨고, 제 인생의 목표또한 비비노스님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분석하고 올 그날까지...정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풀리지 못한 수수께끼가 많아 한평생 걸리겠지만 오히려 영광으로, 감사히 생각하며 인생에 더 자랑스럽게 남기고 살것입니다...정말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최고예요...!! 꼭 다시 뵙고 싶어요......패트리온 활동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너무 존경스러워요..

Ziqua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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