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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외전 3편

"네 진심은 잘 알았어 소민아. 그럼 돌려줄게."


"고마워! 고마워 지혜야. 진짜 앞으로 조심할게!"


지혜에게 애원하던 소민은 되돌려준다는 지혜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소민을 보며 지혜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단, 며칠만 냅두다가? 되돌려줄게. 괜찮지?"


"뭐?"


지혜는 소민의 자존심을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 당장은 돼지코를 돌려 줄 마음이 없었다. 소민은 마치 사형선고를 들은 사형수 마냥 충격먹은 표정으로 지혜를 바라봤다.

소민의 분홍색 돼지코가 벌렁벌렁 거리며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풉!"


그 모습을 보고 지혜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지혜가 웃기 시작하자 소민은 정신을 차리며 소리쳤다.


"부힛! 그건 말도 안돼! 킁, 제발 돌려줘! 부탁이야. 당장 제발! 크헝!"


'이거 이대로 인생을 살게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소민이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지혜는 방금 전 코가 벌렁벌렁 거렸을 때의 소민 모습이 너무 웃겼고,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소민은 열심히 코를 벌름거리며 지혜의 다리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럼 하루, 딱 하루만 그렇게 살자. 어때?"


"하루.."


하루라도 이런 코로 살고 싶지 않은 소민이였지만 괜히 더 징징댔다가 지혜가 기분이 상해버려 그냥 평생 이렇게 둘 가능성도 있었기에 이 정도로 타협 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딱 하루 마스크 끼고 다니면서 연락 다 무시하고 집에 처 박혀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이 방 나가면 니 기억도 원래 그런 코로 살아온 기억으로 될거야. 괜찮지?"


"부힉..차라리 그게 낫겠네. 꾸울..그럼 덜 쪽팔릴테니까."


지혜가 거는 조건을 별 생각없이 승낙한 소민은 우선 나가자마자 편의점에 들려 마스크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금이 저녁 5시니까 내일 저녁 5시까지 물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먹지마. 음식을 한 끼라도 먹으면 하루씩 추가할꺼니까?"


"그 정도야 크헝 뭐 어렵지 않아. 크흥 알겠어."


소민은 지혜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지혜가 거는 조건을 모두 승낙하고 하루 굶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이 방에서 나가면 바로 집으로 향할거고 배고픈게 심하긴 하지만 원래도 소식하는 편이라 하루 쯤 단식하더라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너무 배고프면 물로 배 채우면 되니까.'


나름대로 대책을 생각한 소민은 혹시라도 지혜에게 뭐라도 또 당할까봐 재빨리 허리를 숙여 인사하곤 가방을 들고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그럼 지혜야. 부힝 내일 꼭 부탁할게."


"상당히 언어 선택이 부드러워졌네. 그 정도면 내일 우린 다시 볼 수 있을거야."


소민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웃어주던 지혜는 소민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쇼파에 털썩 앉곤 깔깔 웃기 시작했다.


"니가 다시 여기로 돌아 올 수 있다면 말이야."


다시 한번 지혜는 소민이 인식개조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라?


나 여기서 뭐하고 있던거지?


소민은 처음보는 오피스텔 복도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자신이 여기 있는건지 알 수 없었다.


"부힉? 여긴 어디야..? 나 검도부 활동은.. 킁킁"


코를 벌렁대며 소민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저녁 5시였고 검도부 활동은 이미 끝난 시간이였다.


"크흥, 코치님께 죄송하다 해야겠네. 아앗?"


소민은 연수에게 온 메시지를 보곤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연수는 소민에게 어째서 약속장소로 나오지 않냐며 욕설 섞인 메시지를 잔뜩 보낸 상태였다.


"부힉! 큰일이다. 연수 화나면 안되는데."


소민은 어째서 자신이 여기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엘레베이터를 타러 달렸다.

연수의 심기를 잘 못 건드렸다간 자신의 신상과 진짜 돼지같은 코를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뿌려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터 돼지코가 트라우마였던 소민은 그것만큼은 원치 않았다.


뚱뚱한 가족과 함꼐 살며 태어날 때부터 돼지코를 가지고 있던 소민은 주변 사람들에게 짐승가족, 돼지우리, 변신한 돼지 등 각종 조롱을 당했었다.

저런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서 소민이 돼지코로 태어난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고 어린 소민은 그것이 평생 상처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소민의 코는 의사조차 수술이 불가능하다 판단내릴 정도로 코 뼈 자체가 완벽한 돼지코였고 의사의 말을 들은 소민이 자신 만큼은 가족들 처럼 몸까지 돼지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착실하게 운동해 몸을 가꾸겠다는 계기가 되었다.


노력의 결과로 검도부 유망주 자리까지 올랐으나 그것을 아니꼽게 보기 시작한 연수와 주변 친구들이 소민을 협박해 지금처럼 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음식을 먹게 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였다.






"부힉! 부힉 부힉..!"


너무 열심히 뛴 탓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민은 연수가 기다리고 있는 햄버거 가게에 도착했다.

돼지코의 구조 때문인지 항상 돼지같은 울음소리나 킁킁거림이 멈추지 않는 소민은 숨이 빨라진 탓에 평소보다 더 부힉 거리고 있었다.


"크헝..크헝.. 진짜 힘들어.."


호흡을 진정시키며 소민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서 식사하고 있던 사람들은 소민의 돼지코를 보고 웃음을 참거나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인터넷 방송인가?"


"어디 벌칙 아냐?"


"얼굴은 예쁜 편인데.. 안됐네."


소민은 항상 자신이 어딜가든 들려오는 익숙한 수근거림을 뒤로하고 연수가 앉은 자리로 다가갔다.


'하.. 씨발'


연수의 테이블 위에는 불고기 버거 세트가 거의 8개 정도 올려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부 소민이 먹어야 할 것들이였다. 연수는 늦게 온 소민을 발견하곤 짜증내며 말했다.


"늦잖아! 늦은 벌로 원래 3개였는데 하나씩 사다보니까 내 돈도 거덜났어! 어쩔거야."


"끄윽..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럼 내 잘못이라는거야?!"


그건 아니지만.. 이라고 소민은 말꼬리를 흐렸다.

원래 소민이라면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바로 반기를 들고 일어나 연수를 반 죽여버렸을테지만 지금 소민은 어렸을 때 부터 돼지코로 자라와 누구보다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럼 빨리 먹어. 오래 기다렸잖아."


"부힉.. 응.. 잘 먹을게.. 앗?"


햄버거로 손을 가져가던 소민은 순간 머리에 물 흐르듯이 스쳐가는 기억에 멈칫했다.

소민이 꾸역꾸역 햄버거를 먹는 걸 찍으려던 연수는 그런 소민을 보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왜?"


"크흥..아..니 나 이거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걸 먹게 된다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느낌이였다.

소민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어째서 오피스텔에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김..지..혜.."


김지혜.

누군가의 이름이 머리에 떠올랐다.


실마리가 잡혀가는 기분이였다.


"아 빨리 먹으라고!"


기다리다 짜증이 솟은 연수가 햄버거 하나를 집어 소민의 입에 가까이 밀어넣었다.

소민은 밀려오는 햄버거에 당황해 입 사이에 들어온 소스를 혀로 핥아 먹었다.


그 순간 소민의 인생은 끝났다.

이미 지혜때문에 햄버거의 맛을 알게 되었고 살짝 중독된 상태였던 소민은 소스의 맛을 보자마자 생각을 멈추고 햄버거를 입 안에 꾸역꾸역 밀어넣기 시작했다.


"우극..마시쪄..헤헤..부힉! 우윽"


입에 미친듯이 햄버거를 쑤셔넣은 소민은 콜라를 함께 마시며 바보같이 웃었다.


연수는 그제서야 만족하며 영상을 다시 찍기 시작했다.


"진작 그래야지. 많이 먹어 소민아. 앞으로 너는 더 많이 먹어야하니까."


아직은 소식하던 영향이 남아있어 위가 그렇게 크지않은 소민이였지만 연수의 목표는 소민이 햄버거 15개는 거뜬히 먹는 돼지가 되는 것이였다.


언젠가 그 날을 꿈꾸며 연수는 히죽거리곤 소민이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것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고등학교 2학년 종업식이 끝난 어느 날.

봄 방학을 앞두고 연수와 친구들은 앞으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놀 기회가 적어지므로 놀 수 있을 때 최대한 놀자는 목적으로 돼지고기 무한 리필 집에 모였다.


네 명씩 테이블에 앉은 연수와 친구들이였지만 그들 옆에는 세팅이 완료된 테이블이 하나 더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 테이블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그걸 지켜보던 무한 리필집 사장은 테이블을 정리해야하나, 아니면 일행이 오는지 물어봐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연수야 걔 오고있대?"


"어, ㅋㅋ 알잖아 걔 늦게 오는 이유를"


"ㅋㅋ 연수 진짜 잔인하다. 나라면 그 몸으로 안 산다 안 살어."


연수가 친구들과 낄낄대며 뒷담을 나누고 있자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뒷담의 주인공인 소민이 무한 리필집으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허억..!"


사장은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다 할 말을 잊었다.


"흐읍.. 푸우.. 킁..일행이에요.. 푸우.."


"아.. 네 저쪽입니다."


소민이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오자 연수와 친구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흐읍..푸우.. 부힉.. 안녕 애들아."


6개월 간 무려 90kg가 쪄버려 139kg이라는 몸무게의 소민이 어색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복장은 맞는 옷이 없어 임산부들이 입는 임부복 수준의 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연수의 지시 탓에 옷도 예쁜 것을 입는 것이 금지당한지라 색 조차 단조로웠다.

가슴은 살이 찌면서 커지긴 했지만 가슴보다 배가 더 튀어나와 시선이 배에 향하게 되어 있었다.


엉덩이는 크기가 거의 의자를 덮다 못해 흘러나올 정도였다. 걸을 때마다 출렁이는 엉덩이는 에로틱하다는 느낌보다는 보기 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옷 아래로는 더 심각한 상태였다. 우선 피부는 급격하게 살이 찌면서 갈라지고 셀룰라이트를 형성하고 있었다.

워낙 살이 찐 탓에 씻기도 귀찮아지기 시작해서 안 씻고 관리 안 한 겨드랑이는 팔을 들면 삭힌 홍어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내고 있었고 털이 무성했다.


소민은 이제 엉덩이에 팔이 닿지 않아 볼 일을 보고 난 후 비데가 없으면 닦는 것을 포기하고 옷을 그냥 입고 나와야 했다. 게다가 발한량이 증가하며 땀이 많이나는 편이라 소민의 몸에선 언제부턴가 쓰레기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살이 찌면서 이유는 모르지만 점점 나태해지고 근력이 줄어든 탓에 어디 나가기도 귀찮은 소민은 머리를 관리하지 않아 떡진 머리로 부스스하게 있었고 턱은 이중턱을 넘어 삼중턱이 되어가는 중이였다.


원래 예쁜 목소리였지만 뚱뚱해지면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저음으로 변했고 항상 음식을 달고 살면서도 양치를 하지 않는 탓에 구취 또한 지독한 상태였다.


소민의 돼지코는 크기가 더 커지고 콧구멍도 더 넓어진 탓에 콧구멍 안에 더럽게 많이 자란 코털이나 코딱지들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돼지 울음소리는 더 심해져 이젠 완전히 돼지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한 리필집에서 소민의 집까지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였지만 소민은 50걸음 걸으면 숨이 차서 헉헉대는 탓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부히힉.. 미안해 늦었지. 킁킁"


"아냐 괜찮아. 근데 역겨우니까 앉는 건 너 혼자 앉아줘."


연수는 히죽 웃으며 소민에게 말했다. 소민 역시 그걸 원했다는 듯 4인용 테이블 한 쪽을 거의 혼자 차지하며 앉더니 앉자마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부힝~ 너무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어. 힉힉"


"와.. 오자마자 쳐먹어?"


연수가 질린다는 듯 말했지만 소민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단지 먹는 것에 집중할 뿐이였다.


"와 쟤 배 봐봐 ㅋㅋ"


앉은 소민의 배는 거의 세겹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누군가가 비웃기 위해 지적했지만 소민은 넉살좋게 웃으며 흘러내리는 뱃살을 탕탕! 치며 한 손으론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음식을 먹은 탓에 소민의 몸을 되돌려주기 위해 지혜가 찾아오려면 소민은 거의 300일 이상을 굶어야했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였다. 소민은 이대로 앞으로 평생 돼지코에 어울리는 체형으로 살아 갈 것이였다.


지금도 진행형으로 살이 찌고 있던 소민이기에 그녀가 최대 몸무게를 몇 kg까지 찌울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외전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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