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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2화

"이거.. 진짜야"


집으로 돌아와 노트를 읽던 지혜는 민지와 민경의 개인정보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민경이랑 만난 날도 적혀있어.. 틀림없어 이 내용은 사실이야"


모든 내용을 읽을 수 없었지만 당장 파악할 수 있는 내용중에 신뢰가 가는 내용들을 보며 지혜는 이 노트가 평범한 노트가 아닌걸 알 수 있었다.


"..에휴 이게 무슨 소용이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평범한 노트가 아닌건 분명했지만 정작 최민지나 신민경의 약점으로 생각되는 내용은 전부 '비공개' 처리 되어있었고 만약 약점으로 될만한 내용이 있더라도 지혜가 그걸 쥐고 두 사람을 흔들 수 있을 힘이 없었다.


"아~ 씨발"


양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지혜는 마른세수를 했다. 괜히 이상한 노트만 주워서 시간낭비한 탓에 방금까지 자살하려고까지 마음먹을 정도로 격해져있던 감정이 차분해져있었다. 이제라도 자살을 할정도의 충동은 들지 않았다.


탁!


노트를 덮은 지혜는 노트 위에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한숨이 절로 푹 나왔다.


"하아~ 최민지 씨발년.."


나는 이렇게 힘든데 그년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아마 깔깔 웃으며 놀고있겠지.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지혜는 눈을 감았다. 모든 걸 잊고 그대로 죽고싶었다.


'읏..'


그때, 마치 빨려들어가는 것 마냥 의식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두통이 더 심해졌고 인상을 찌푸리던 지혜는 눈을 질끈 감았음에도 환한 빛이 느껴졌다. 그리고..


"캬하하핫! 봤어? 오늘 신민경 표정?"


'최민지?!'

최민지의 목소리가 귀에 뚜렷하게 들렸다.


'뭐야 이거?'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지켜보는 것만 가능했다. 마치 술집처럼 보이는 장소에서 지혜는 최민지의 친구인 이혜윤과 한소민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얘, 얘네들이 갑자기 왜?!'


흘러가는 상황이 머리에 납득되지 않는 탓에 지혜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혜윤과 소민은 마치 지혜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봤어봤어 평소에 진짜 개깝치더니 오늘은 죽은듯이 지내던데?"

"큭큭 그러니까 말이야. 민지 니 말대로 지 친구 건드니까 입꾹닫하는거 개웃기더라"


혜윤과 소민은 지혜를 앞에두고 자기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음흉한 괴롭힘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얘네들.. 왜 내가 없는 것 처럼 이야기하지?'


마치 그 자리에 지혜가 없는 것마냥 대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들이 하는 대화가 들리고 눈 앞에 보임에도 지혜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게~ 걔 누구지? 기, 김..지혜? 존나 웃기던데?"


최민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혜윤과 소민이 마치 지혜를 민지 대하듯이 대하고 있었다.


'설마..'


아무리 눈치없는 사람이라도 이정도까지 오면 눈치 챌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지금 지혜는 최민지의 몸에 들어와있다.


"하루종일 울상이던데? 못생긴년이 그러고있으니까 개웃겨 푸하핫"

"야 그래도 좀 불쌍한애 같던데 너무 웃지마 큭큭"


'이 씨발년들이!'


눈 앞에서 자신을 비웃는 모습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지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들의 대화를 듣는 것 뿐이였다.


"그러게~ 오늘 뛰쳐나가던데 혹시 자살하면 어떡하나 몰라"


'그만.. 그만해!'


비명을 지르며 지혜는 두 귀를 막았다. 그러자 다시 한번 의식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두통에 시달리던 지혜는 괴로움에 소리쳤다.


"그만..!! 어엇?"


드디어 목소리가 나온다. 깜짝놀란 지혜가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온 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눈은 잔뜩 충혈되어 시야의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어지러워 윽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지?"


일단 주변은 자신이 원래 있던 방의 모습이였다. 방금까지 지혜를 비웃던 소민과 혜윤의 모습도, 역겹기 그지 없었던 최민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꿈이 아니야.'


하지만 지혜는 자신이 본 것이 잠깐의 허상이 아니였음을 확신했다. 방금까지 느껴지던 분노는 진짜였다.

'그렇다면 그건 대체 뭐지?'

그것이 꿈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면 다음은 소거법이였다. 김지혜는 최민지의 몸에 들어갔었다.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지만 그녀의 시점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지혜는 그런 초능력을 갖고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인은 하나뿐이였다.


"이 노트때문에?"


지혜는 자신이 엎드려있었던 노트를 집어들었다. 최민지의 정보가 상세히 기록된 정체불명의 노트라면 방금전의 능력 역시 노트의 힘 일 것이다.


"확인해보자.. 내 생각이 맞다면"


지혜는 노트를 손에 쥔채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민지가 아니라 신민경을 간절히 떠올렸다. 뇌에서 그려지는 민경의 선명해질수록 의식이 빨려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점차 눈 앞이 환해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최민지 씨발년"


민경의 목소리였다.


'내 생각이 맞았어. 이 노트를 쥐고 최민지나 민경이를 생각하면 그 녀석들이 뭐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거야!'


민경은 자신의 집에 있는 모양이였다. 때마침 그녀는 최민지 생각을 하고있었다.


"지혜는 전화도 안받고.. 미치겠네 진짜"

민경은 들고있던 휴대전화를 쇼파에 툭 던지며 한숨을 푹 쉬었다. 고개를 뒤로 푹 젖혀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얘는 왜 몸사진이 찍혀가지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거야"

'뭐라고?'


마치 피해자인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민경의 말에 지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지혜가 듣고있을거라 생각 못하는 민경은 말을 이어갔다.


"에휴.. 최민지 완벽하게 눌러버릴 수 있었는데.. 그놈의 정이 뭐라고 내가 참아야하는거야."

'최민지를 눌러? 뭐를?'


최민지와 무슨 일이 있는듯한 민경의 발언에 지혜는 더 의문이 들었다.


"지혜에겐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네. 이쪽도 당하고만은 못사는 성격이라서"

'니가 뭘 당했는데! 당한건 난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거야? 응?'


민경에게 소리없는 외침을 하며 지혜는 또 다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때였다. 끔찍한 두통이 느껴지더니 의식이 다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크흐으윽..!'


시야가 깜깜해지고 온몸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식은땀 범벅이 된 채 지혜는 본래의 방에서 눈을 떴다.


"뭐지..? 크흑..아!"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강한 두통에 인상을 찌푸린 지혜는 주르륵 코피가 흘러내려 황급히 휴지를 집어들었다. 마치 쉬지않고 전력질주를 한 사람처럼 몸이 추욱 쳐져 무거웠다.


'능력 때문인가? 그냥 막 쓸 수 있는건 아닌가보네'


고작 두번 타인의 몸에 들어갔을 뿐인데 소모하는 체력이 엄청났다. 자신의 몸 상태를 보아하니 연속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안되거니와 오래 사용도 안될 듯 했다.


'빙의라고 봐야할까? 하지만.. 몸에 들어가도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빙의라고 보기에는 하찮은 능력이지만 나름 대단한 능력이긴 했다. 하지만 최민지와 민경 두 사람의 몸에 들어간 지혜가 할 수 있는거라곤 무기력하게 자신을 향한 비난을 듣거나 피해자인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듣고 분노하는 것 뿐이였다.


"일단 물이라도 마실까.. 이게 이 노트의 전부라고 생각되지 않아"


기력을 찾기위해 차가운 물 한잔 마신 지혜는 노트를 다시 펼쳤다. 최민지와 신민경의 정보가 적혀있지만 여전히 일부는 볼 수 없었다.


"..어라"


하지만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방금 전까진 안보였던 글들이 추가된 상태였다.


'최민지는 술집에서 술 마시며 김지혜의 존재에 대해 살짝 인식했다.'

'신민경은 김지혜에 대한 우정이 살짝 떨어졌다.'


"뭐야 이게? 이거 설마.. 시, 실시간이야?!"


노트를 펼치고 있으면 변화가 없지만 노트를 덮었다가 다시 펼치면 그 전에 없었던 정보들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 방금 전 두 사람의 시점으로 들어갔던 지혜였기에 이 노트에 적히는게 거짓말이 아님은 확실했다.


"마치 마법같아. 현실에 이런게 가능한거야?"


강한 흥미를 느낀 지혜는 조심스럽게 볼펜을 집어들었다.


"이 노트가 스스로 정보를 갱신한다면.. 내가 이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궁금했다. 이 노트의 한계가,

만약 자기가 무언가를 적는다면 이 노트에 적힐지, 적히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했다.


-스윽


볼펜이 노트에 닿았다. 그 순간 노트에서 옅은 빛이 나더니 볼펜이 닿은 부분에 빠르게 항목이 생겼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

1.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와아앗?!"


눈 앞에서 벌어진 마법에 지혜는 비명을 지르고 노트를 떨어뜨렸다.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거렸다.


"아, 암시..라고?"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니 대상에게 어떠한 생각을 심는 행위라고 했다. 즉, 이 노트에 적으면 대상은 지혜가 원하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꿀꺽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지혜는 다시 볼펜을 손에 쥐었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최민지

1.자살한다.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최민지의 죽음이였다. 자신을 나락으로 보낸 이가 죽었으면 바랬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노트에 적은 암시는 몇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왜! 너무 강해서? 이정도는 안된다는거야?"


기대했지만 거절당하자 화가난 지혜는 다시 항목을 적었다.


1.김지혜에게 사과할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것 역시 거절한다는듯 항목이 사라졌다.


"어째서? 이것도 안된다고? ..설마"


최민지가 절대 김지혜에게 미안이란 감정을 느낄 사람이 아니였기에 암시를 걸 수 없는걸까?


추측이지만 왠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면 대체 뭐가 된다는거야! 으윽..!"


암시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알 수 없었기에 계속 이렇게 생각나는대로 적고 지우기를 반복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동안 정신적으로 시달리기도 했고, 방금 전 빙의 능력 사용으로 피로가 한계에 달한 그녀는 더이상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일단 잠을 조금 자야.. 아"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녀는 볼펜을 들었다.



(암시)

본 항목은 한 대상당 최대 3개의 항목만 적을 수 있습니다. 암시의 내용은 하루(24시간)동안 지속됩니다. 지속이 끝난 항목은 지워집니다.

암시대상:최민지

1.술을 필름 끊길때까지 마신다. 단, 화장실은 가지 않는다.

2.

3.


너무 강한 암시의 내용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


항목을 적음과 동시에 지혜는 그대로 노트를 덮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가 흔들리며 지친 지혜를 달래주었다.


"모르겠다.. 일단 한숨 자고싶어"


지혜는 눈을 감았고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그 탓에 노트에 적은 항목이 지워지지 않았음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 2화

Comments

:)

kowai

리메 전보다 복수할 정당성이 많이 커졌네요.

anony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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