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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공략을 마치고

※아래 내용은 와타오시 번역님께서 번역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드세요, 여러분.”


옥좌에 앉은 필리네 님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릴리 님, 시몬, 저까지 세 사람은 나 제국 제성의 알현실에서 필리네 님을 알현하고 있었습니다.


“무사히 돌아와 줘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필리네 님.”

“던전 코어도 무사히 입수했다고 들었습니다. 램버트의 설명으로는 게이트 수리도 하루 이틀 안에 끝난다고 합니다.”

“드디어 바우어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


램버트 씨는 이 자리에 없습니다.

던전 공략 후, 그는 바로 게이트 수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쉴 틈 없는 강행군이지만,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그저 힘내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이번 마족의 동향에 대해, 약간이나마 각국과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네 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습니다.

“이번 습격 사건의 주모자로 추정되는 자는, 유누라는 이름의 마족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마왕이라는 뜻인가요?”

“유누와 조우한 레이 씨 일행의 설명으론 유누는 마왕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고, 스스로 마왕에 오를 생각은 없어 보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에도 필리네 님은 텔레포트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들을 운용해 각국과 최소한의 정보 공유를 이뤘나 봅니다.


“유누의 구체적인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녀도 마족입니다. 최종 목적은 아마——.”

“……모든 것의 파멸.”

“네, 그렇겠죠.”


마족이란 자신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멸망시켜 무로 돌아가려는 자들입니다.

인간과는 상종할 수 없는 상대고, 대화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레이 씨 일행이 지적하는 이번 마족들의 특징은 물량전으로 승부를 건다는 점입니다.”

“물량전인가요?”

“네. 요컨대 강력한 개인의 무력을 살린 일점 돌파가 아닌, 숫자로 밀어붙이는 형태로 공격해 온다는 것이죠.”

“어떤 의미에선 얘기로만 들은 마왕보다도 성가신 상대네.”


시몬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과거 마왕대전에서 상대한 강적들은 하나하나가 격이 다를 정도로 강력했지만, 숫자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인류 측은 엄선된 전력으로 삼대마공과 마왕을 각개격파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이번 적에겐 그 방법이 통하지 않겠죠.


“그렇다고 해도 적의 지휘관을 치는 건 기본이자 유효한 전략입니다.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해 마족들의 습격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어요.”


우리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습니다.


“던전 공략으로 여러분 모두 피곤하시겠죠. 램버트는 조금 더 힘을 내주어야겠지만, 여러분은 부디 숙소에서 피로를 풀도록 하세요. 수리가 완료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


“…….”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던 중, 저는 시몬이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 그러세요, 시몬?”

“응? 아아, 별거 아니니까 괜찮아.”


시몬은 가볍게 웃고서 다시 짐 정리를 시작했지만, 잠시 후 또 손을 멈추고서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라도 괜찮다면 얘기를 들어드릴게요.”

“아, 미안. 내가 괜히 걱정을 끼쳤네.”

“서, 서운하게 무슨 말이에요, 시몬 짱.”

“……고마워.”


시몬의 기색이 이상하다는 걸 릴리 님도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말을 걸지 못했다는 점이 릴리 님 답다고 해야 하나.


“램버트 씨가 걱정되나요? 던전 공략을 마치자마자 작업에 들어갔으니까요.”

“아니, 그건 딱히 걱정 안 해. 아빠는 저래 봬도 꽤 체력이 좋은 편이거든. 사실 나이로 보면 아직 나처럼 다 큰 딸이 있을 만한 나이도 아니고.”


그런 건 아니라며 시몬이 말을 이었습니다.


“또 마족이 성가신 일을 벌이는구나 싶었거든.”

“아…….”


저는 이제야 그녀가 무엇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자꾸 잊고는 하지만, 그녀는 마족과 인간의 혼혈입니다.

마족이 뭔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사건이 일어나면 절로 위축되는 심정이겠죠.

갈레말드 님과 얽힌 사건이 간신히 일단락된 참인데, 또 마족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 언제 다시 여론이 혼혈을 배척하는 쪽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습니다.


“인류와 마족은…… 화해할 수 없는 걸까.”

“그, 그건 솔직히 어려울지도 몰라요.”

“어째서?”

“하, 한 생명으로서 가지는 삶의 태도와 그것을 이루는 근간인 근본적 가치관이 너무 달라요…….”


저는 시선으로 릴리 님에게 뒷말을 재촉했습니다.


“이, 인류에게 있어서 존재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근본적 원리예요.”

“그렇겠죠, 개중에는 비관적인 생각을 품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테고, 진심으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마, 맞아요. 반면 마족은 무로 돌아가는 걸 지상 명제로 삼고 있어요. 타협의 여지는 없어요.”

“…….”


시몬은 침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저, 정령 교회도 초창기에는 마족과 화해하는 길을 모색해 봤지만,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럴 정도로 양측의 간극은 크고 깊다고 생각해요.”

“릴리 님도 역시 마족과 서로 이해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

“소, 솔직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시몬은 다시 또 생각에 잠겼고, 말할까 말까 주저하듯이 입을 몇 번쯤 뻐금거리다가, 결국 말하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있잖아. 마족들은 왜 나 같은 애들을 낳은 걸까?”

“——!”


그건 정곡을 찌르는 의문이었습니다.


“마족은 다들 무로 돌아가고 싶어 하잖아? 그렇다면 아이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모순 아니야? 우리 혼혈은 어째서 태어난 거야? 아니——.”


시몬은 속에 품은 고뇌를 남김없이 끄집어내 다시 말했습니다.


“어째서 우리를 태어나게 만든 거야?”“시몬…….”

“시몬 짱…….”


릴리 님과 제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시몬은 화들짝 정신을 차린 표정을 짓고서,


“농담이야, 농담. 마족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녀석들 가지고 이리저리 끙끙 앓아봤자 소용없겠지. 녀석들이 뭔가 저지르기 전에 전부 때려눕히면 그만이야. 심플하네 심플해.”

“시몬, 그건——.”

“짐 정리는 끝났으니까 아빠한테 가볼게. 나중에 봐.”


그렇게 말하고서 시몬은 방을 나갔습니다.


“……시몬 짱, 힘들어 보이네요.”

“마족 배척 법안이 겨우 폐지되었는데 이번엔 마족이 대대적으로 활동에 나서다니. 시몬의 마음고생이 어떨지 헤아릴 수 없어요.”


정말로 불우한 사람은 노력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하던 그녀의 비통한 호소가 떠오릅니다.

그녀의 출생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고, 또한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어렵겠지만 적어도 곁에서 함께 고민하죠. 그녀의 아픔을 절반이라도, 사분의 일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릴리 님의 말은, 절반 정도는 저를 향한 위로가 담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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